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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그림책

The tree that's meant to be 20211224 13살 가량의 성모님은 막달인 상태에서 160킬로를 걸은 셈이다. 예수님의 탄생은 축하하지만 먼 길을 걷다가 아이를 낳은 그 어머니에 대해서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중이다. 나자렛에서 베들레헴까지의 160킬로는 nativity trail이라고 해서 11일 동안 돌길과 사막을 지나기도 하고 푸른 올리브밭과 낮은 수풀의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우리가 겪는 눈내리는 강추위는 아닐지라도 막달의 어린 산모가 나귀를 타거나 걸어야 했을 160킬로는 한티가는길을 3번 왕복해야 한다. 그것을 고작 17킬로 걷고 나서 뻗었다. 에미로서의 묵상길이었다. 없는 자궁에 묵직하면서도 꼼지락하는 느낌이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느껴졌다. 내 안에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비단 자궁만의 역할이 아닌 것이다. 각 장기가.. 더보기
Sleeping Forest 20220101 영하 13도. 엄청 춥지만 바람이 없어 견딜만하다. 그 추운데도 중무장하고 별보러 나와섰더니 이런 호사가 없다. 오리온이 시리우스와 프로키온을 데리고 걸으러 나왔다. 나도 그들을 따라 걷는다. 겨울철 대삼각을 보고 즐거워하는 이유는 그 도형에서 안정감을 받으라는 것이겠지. Happy New Year를 외치고 또 별보러 나왔다. 기온은 더 떨어졌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돈.시간.에너지를 써도 아무렇지도 않은 대상들이 있다. 2021년에는 그것들에게만 집중하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마지막날 쏟아져 들어오는 메세지들을 읽으며 행복했다. 고맙고 덕분이고 내가 이유였다는 말들..보고싶고 사랑한다는 말들..그것도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로부터, 그것도 연령대와 성별과 인종을 달리 해서, 우리.. 더보기
Lawrence in the Fall 211128 Lawrence in the Fall Matthew Farina Doug Salati 여우 부자가 등장한다. 가을이란 제목때문에 골랐는데 신기하게도 나를 만났다. 매번 이러니 그림책할밖에. 자꾸 위로받고 격려받으니 그림책한다. 로렌스는 아빠를 따라 수업에서 쓸 이파리를 주우러 나간다. 처음에는 아빠의 인도로 자연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채집했다. 그러다 만난 폭풍우로 아빠와 헤어지게 된 로렌스는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 때 그의 앞에 커다란 나무가 나타난다. 아빠 없이 혼자서 두려움을 마주해야한다. 그 두려움은 남한테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는 자괴감, 근사한 것에 대한 욕망, 새로운 것에 대한 낯설음, 믿을만한 사람의 부재를 견뎌야한다. 커다란 나무는 온몸으로 로렌스에게 답해주었고 작고 아름답.. 더보기
Albert's Quiet Quest 211124 사람 많은 곳을 하루종일 오가면 그 기운을 뺄 필요가 있다. 좋은 기운들이었어도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절충이 필요한 법이다. 일종의 리츄얼이라고나 할까. 고분을 좋아하는 내 눈에 쓰윽 지나가면서 포착된 곳이 있었다. 여긴 뭐지? 해가 지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다시 와봤다. Albert's Quiet Quest Isabelle Arsenault 알버트는 시끄러운 곳을 벗어나서 혼자 책을 읽고 싶다. 조용한 곳을 찾다가 펜스문을 여니 누가 버린 그림에 그만 시선이 멈췄다. 마치 진짜 그 장소에 온 것처럼 의자를 갖다놓고 혼자의 시간을 만끽하기 시작한다. 음..너무 좋은 걸.. 근데 동네 친구들은 당최 알버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다들 자기들만의 소일거리를 들고 한 명씩 차례대로 알버트의 바로 .. 더보기
What did the tree see? 220213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동네걷기다. 국내든 외국이든 골목길을 어슬렁대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는 지나갈 때마다 논앞에 뜬금없이 형성된 7-80년대 풍의 양옥주택들이 궁금했다. 호기심천국이라는 별명이 붙여지는 것에 이제 호기심 다 죽었다고 반응하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한 때는 아담한 양옥마을이었을텐데 쇠락한 느낌이 어디 오사카의 골목들 사이를 걷는 것 같았다. 그래도 붉은 배를 한 새 한 마리가 반기는 듯 했다. 어스름 속에 가로등이 툭. 미세먼지로 답답한 느낌이지만 영국 화가 터너의 안개속 풍경같다고 여기며 걸었다.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딱 마주친 이 은행나무를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머머머..어쩜 이렇게 잘 생겼니! 어쩜 이렇게 똑 떨어지니! 갑자기 봄도 안 왔는데 가을이.. 더보기
Together 220107 비현실적인 장면앞에서 신나서 소리를 지르고 보니 미안했다. 삶의 무게를 많이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나는 팔자좋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맑은 순간을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섭섭하고 억울한 기억과 쓸데없는 걱정의 알고리즘이 내 앞에 차르륵 펼쳐질 때, 걸어야겠다고 클릭했다. 웅크리고 있다 걸으러 나와보니 마음이 다시 깨달음과 감사하는 마음과 그리움으로 돌아선다. 몸이 움직인다 정현종 몸을 여기서 저기로 움직이는 것 몸이 여기서 저기로 가는 건 거룩하다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가까운 데 또는 멀리 움직이는 건 거룩하다 삶과 죽음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욕망과 그 그림자-슬픔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와 한없이 가까운 내 마음이 나에게서 한없이 먼 .. 더보기
Beyond the Fence 220109 하...정말..노을까지 보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고분을 둘러싼 산성이 궁금해서 다시 갔다가 어디까지 고분이 이어지나 따라 걸었을 뿐이다. 고분이 끝도 없다. 왕가의 계곡이 따로 없다. 산꼭대기에 위치하는 고분들을 보면서 질문들이 막 떠올랐다. 왜 산꼭대기에 무덤을 설치했으며, 순장으로 한 고분안에 무려 36명의 순장자가 있다는데 그들은 어떻게 선별되어 함께 묻혔을까, 1500여년 전에 인간이란 무슨 의미였을까. 왕이 죽으면 같이 죽어야 하는 사회에서 한 개인으로 산다는 것은 가능했을까. 1500여년 동안 무엇이 인간답게 만들었을까. 한 쪽에서는 해가 지고 있고 반대편에는 달이 벌써 떠올랐다.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에 뭉기적거리며 집에 박혀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러다 결국 해넘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