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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그림책

The tree that's meant to be

 

20211224

13살 가량의 성모님은 막달인 상태에서 160킬로를 걸은 셈이다. 예수님의 탄생은 축하하지만 먼 길을 걷다가 아이를 낳은 그 어머니에 대해서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중이다. 나자렛에서 베들레헴까지의 160킬로는 nativity trail이라고 해서 11일 동안 돌길과 사막을 지나기도 하고 푸른 올리브밭과 낮은 수풀의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우리가 겪는 눈내리는 강추위는 아닐지라도 막달의 어린 산모가 나귀를 타거나 걸어야 했을 160킬로는 한티가는길을 3번 왕복해야 한다.

 

 

그것을 고작 17킬로 걷고 나서 뻗었다. 에미로서의 묵상길이었다. 없는 자궁에 묵직하면서도 꼼지락하는 느낌이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느껴졌다. 내 안에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비단 자궁만의 역할이 아닌 것이다. 각 장기가 그 생명을 위해 자리를 내주고 피부는 그 존재를 키우느라 다 터져야했다. 아무리 신심이 좋다고 하더라도 아기 잉태에 대한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나이 차이많은 남자와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었을 몸과 마음의 고단함을 헤아려보았다. 해발 50미터 이하에서 해발 400미터 어림까지 올라가는 길위에서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다리를 옮기며 과연 성탄이란 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를 물었다.

17.7 KM

 

The tree that's meant to be

Yuval Zommer

 

올 여름 수업하면서 사용했는데 그 때는 제대로 못 만났던 것 같다. 조금은 계절성 책인지라 오늘 다시 읽으니 크리스마스 츄리로 간택되지 못한 자괴감이 뿌듯함으로 바뀌며 존재 가치를 깨닫는 이야기는 많은 그림책의 주요 주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물들이 꼭 나무를 도와주려고 했다기 보다는 숲에 남은 것이 이 나무 한그루뿐이어서 장식을 했을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처지라서 나를 위해 도와주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들은 그저 그 상황에 따라 자기들 편의대로 움직였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마치 날 위해 해준 것이라는 착각을 바탕으로 어리석게도 힘을 내기도 한다. 그게 인간이다.

 

하지만 어떤 의도에서든 주변의 기운은 또 다른 기운을 끌어당기기 마련이다.

 

그런 기운들의 합을 보고 나는 사랑받는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때문에 용기를 얻어 또 살아낼지도 모른다.

 

나 나무 맞아?라고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은 남에게서 듣는 답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매번 물어야했던, 나 '누구맞아?' 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오로지 자기밖에 할 수 없다.

 

 

질문이 평서문으로 되는 때가 있다.

나 나무 맞아? 에서 나 나무 맞아. 라고 믿고 받아들이는 일은 오롯이 내가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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