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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ong walk to water@모의평가 A Long Walk to Water by Linda Sue Park 초등학생들과 여러 번 읽었고 어른들 수업에서도 함께 읽은 이 책이 드디어 모의고사에 등장했다. 한동안 모의고사에 눈에 띄는 소설이 없었는데 살바의 이야기가 소개되서 기쁘다. 어느 부분을 요약해서 문제로 냈나 찾아보았다. 이 부분도 살바가 세상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조금 욕심을 낸다면 one step at a time이란 표현이 나오는 장면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의 핵심이기도 하고, 살바의 TED 영상을 보면 끊임없이 얘기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I urge you to keep walking, just take a step, even it a few step when you need it a.. 더보기
노를 든 신부 그림책과 길을 가다 97회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이 소년이 들고 나갔는데 왜 내가 책을 고를 때 그 자리에 있었을까 식사하기 전에 이렇게 책을 진열했다. 3시간 반을 스트레이트로 걷고 밥을 먹으니 꿀맛이었다. 그 때 흘깃보면서 저 책이야..찜하는 맛도 괜찮다. 시작할 때 비가 올 것 같아서 미리 아침 일찍 한티성지에 책짐을 다 부려놓은 상태였다. 이 날은 한티가는길에서 그림책하다를 5구간에서 진행했다. 나로서는 올해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다. 2021년 10월 16일 분명히 이렇게 있었단 말이지. 밥먹자마자 한 권씩 들고 나갔을 때, 노를 든 신부는 없었다. 다들 나가고 난 후, 그제서야 책을 고르러 간 내 앞에 이 책이 다시 다소곳이 놓여 있어서 들고 나왔을 뿐이다. 그렇게 그림책은 신비하게 온다. 노를.. 더보기
The tree that's meant to be 20211224 13살 가량의 성모님은 막달인 상태에서 160킬로를 걸은 셈이다. 예수님의 탄생은 축하하지만 먼 길을 걷다가 아이를 낳은 그 어머니에 대해서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중이다. 나자렛에서 베들레헴까지의 160킬로는 nativity trail이라고 해서 11일 동안 돌길과 사막을 지나기도 하고 푸른 올리브밭과 낮은 수풀의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우리가 겪는 눈내리는 강추위는 아닐지라도 막달의 어린 산모가 나귀를 타거나 걸어야 했을 160킬로는 한티가는길을 3번 왕복해야 한다. 그것을 고작 17킬로 걷고 나서 뻗었다. 에미로서의 묵상길이었다. 없는 자궁에 묵직하면서도 꼼지락하는 느낌이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느껴졌다. 내 안에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비단 자궁만의 역할이 아닌 것이다. 각 장기가.. 더보기
Sleeping Forest 20220101 영하 13도. 엄청 춥지만 바람이 없어 견딜만하다. 그 추운데도 중무장하고 별보러 나와섰더니 이런 호사가 없다. 오리온이 시리우스와 프로키온을 데리고 걸으러 나왔다. 나도 그들을 따라 걷는다. 겨울철 대삼각을 보고 즐거워하는 이유는 그 도형에서 안정감을 받으라는 것이겠지. Happy New Year를 외치고 또 별보러 나왔다. 기온은 더 떨어졌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돈.시간.에너지를 써도 아무렇지도 않은 대상들이 있다. 2021년에는 그것들에게만 집중하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마지막날 쏟아져 들어오는 메세지들을 읽으며 행복했다. 고맙고 덕분이고 내가 이유였다는 말들..보고싶고 사랑한다는 말들..그것도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로부터, 그것도 연령대와 성별과 인종을 달리 해서, 우리.. 더보기
Lawrence in the Fall 211128 Lawrence in the Fall Matthew Farina Doug Salati 여우 부자가 등장한다. 가을이란 제목때문에 골랐는데 신기하게도 나를 만났다. 매번 이러니 그림책할밖에. 자꾸 위로받고 격려받으니 그림책한다. 로렌스는 아빠를 따라 수업에서 쓸 이파리를 주우러 나간다. 처음에는 아빠의 인도로 자연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채집했다. 그러다 만난 폭풍우로 아빠와 헤어지게 된 로렌스는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 때 그의 앞에 커다란 나무가 나타난다. 아빠 없이 혼자서 두려움을 마주해야한다. 그 두려움은 남한테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는 자괴감, 근사한 것에 대한 욕망, 새로운 것에 대한 낯설음, 믿을만한 사람의 부재를 견뎌야한다. 커다란 나무는 온몸으로 로렌스에게 답해주었고 작고 아름답.. 더보기
Albert's Quiet Quest 211124 사람 많은 곳을 하루종일 오가면 그 기운을 뺄 필요가 있다. 좋은 기운들이었어도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절충이 필요한 법이다. 일종의 리츄얼이라고나 할까. 고분을 좋아하는 내 눈에 쓰윽 지나가면서 포착된 곳이 있었다. 여긴 뭐지? 해가 지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다시 와봤다. Albert's Quiet Quest Isabelle Arsenault 알버트는 시끄러운 곳을 벗어나서 혼자 책을 읽고 싶다. 조용한 곳을 찾다가 펜스문을 여니 누가 버린 그림에 그만 시선이 멈췄다. 마치 진짜 그 장소에 온 것처럼 의자를 갖다놓고 혼자의 시간을 만끽하기 시작한다. 음..너무 좋은 걸.. 근데 동네 친구들은 당최 알버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다들 자기들만의 소일거리를 들고 한 명씩 차례대로 알버트의 바로 .. 더보기
겨울, 나무 220101 삶은 은유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뜨는 아침해가 1월 1일이라고 해서 달라지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닷가로 강가로 산꼭대기로 일출을 보러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은유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 일출을 맞이하며 부지런한 자신을 칭찬하고 희망찬 한 해를 기원한다. 둘쨋날에 해도 되고 이십일쯤 아니 이백일쯤 되었어도 해야되는 그 일들을 굳이 오늘 하는 이유는 '첫번째'가 주는 비장함과 소중함이다.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자리다. 영하 15도의 산 속에서 시작하는 하루는 바닷가보다 늦다. 벌써 동해의 일출이라며 여기저기서 사진과 동영상이 들어왔다. 이곳은 아직 조짐만 보이는데 남들은 다 맛본 그 일출을 기다리며 조바심이 나는가 물었다. 이것 또한 은유다. 나혼자만 늦고 나만 모르고 나만 도퇴되.. 더보기
What did the tree see? 220213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동네걷기다. 국내든 외국이든 골목길을 어슬렁대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는 지나갈 때마다 논앞에 뜬금없이 형성된 7-80년대 풍의 양옥주택들이 궁금했다. 호기심천국이라는 별명이 붙여지는 것에 이제 호기심 다 죽었다고 반응하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한 때는 아담한 양옥마을이었을텐데 쇠락한 느낌이 어디 오사카의 골목들 사이를 걷는 것 같았다. 그래도 붉은 배를 한 새 한 마리가 반기는 듯 했다. 어스름 속에 가로등이 툭. 미세먼지로 답답한 느낌이지만 영국 화가 터너의 안개속 풍경같다고 여기며 걸었다.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딱 마주친 이 은행나무를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머머머..어쩜 이렇게 잘 생겼니! 어쩜 이렇게 똑 떨어지니! 갑자기 봄도 안 왔는데 가을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