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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티가는길

노를 든 신부 그림책과 길을 가다 97회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이 소년이 들고 나갔는데 왜 내가 책을 고를 때 그 자리에 있었을까 식사하기 전에 이렇게 책을 진열했다. 3시간 반을 스트레이트로 걷고 밥을 먹으니 꿀맛이었다. 그 때 흘깃보면서 저 책이야..찜하는 맛도 괜찮다. 시작할 때 비가 올 것 같아서 미리 아침 일찍 한티성지에 책짐을 다 부려놓은 상태였다. 이 날은 한티가는길에서 그림책하다를 5구간에서 진행했다. 나로서는 올해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다. 2021년 10월 16일 분명히 이렇게 있었단 말이지. 밥먹자마자 한 권씩 들고 나갔을 때, 노를 든 신부는 없었다. 다들 나가고 난 후, 그제서야 책을 고르러 간 내 앞에 이 책이 다시 다소곳이 놓여 있어서 들고 나왔을 뿐이다. 그렇게 그림책은 신비하게 온다. 노를.. 더보기
The tree that's meant to be 20211224 13살 가량의 성모님은 막달인 상태에서 160킬로를 걸은 셈이다. 예수님의 탄생은 축하하지만 먼 길을 걷다가 아이를 낳은 그 어머니에 대해서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중이다. 나자렛에서 베들레헴까지의 160킬로는 nativity trail이라고 해서 11일 동안 돌길과 사막을 지나기도 하고 푸른 올리브밭과 낮은 수풀의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우리가 겪는 눈내리는 강추위는 아닐지라도 막달의 어린 산모가 나귀를 타거나 걸어야 했을 160킬로는 한티가는길을 3번 왕복해야 한다. 그것을 고작 17킬로 걷고 나서 뻗었다. 에미로서의 묵상길이었다. 없는 자궁에 묵직하면서도 꼼지락하는 느낌이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느껴졌다. 내 안에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비단 자궁만의 역할이 아닌 것이다. 각 장기가.. 더보기
Lawrence in the Fall 211128 Lawrence in the Fall Matthew Farina Doug Salati 여우 부자가 등장한다. 가을이란 제목때문에 골랐는데 신기하게도 나를 만났다. 매번 이러니 그림책할밖에. 자꾸 위로받고 격려받으니 그림책한다. 로렌스는 아빠를 따라 수업에서 쓸 이파리를 주우러 나간다. 처음에는 아빠의 인도로 자연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채집했다. 그러다 만난 폭풍우로 아빠와 헤어지게 된 로렌스는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 때 그의 앞에 커다란 나무가 나타난다. 아빠 없이 혼자서 두려움을 마주해야한다. 그 두려움은 남한테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는 자괴감, 근사한 것에 대한 욕망, 새로운 것에 대한 낯설음, 믿을만한 사람의 부재를 견뎌야한다. 커다란 나무는 온몸으로 로렌스에게 답해주었고 작고 아름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