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Fence

220109

 

 

하...정말..노을까지 보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고분을 둘러싼 산성이 궁금해서 다시 갔다가 어디까지 고분이 이어지나 따라 걸었을 뿐이다.

 

 

 

고분이 끝도 없다. 왕가의 계곡이 따로 없다. 산꼭대기에 위치하는 고분들을 보면서 질문들이 막 떠올랐다.

왜 산꼭대기에 무덤을 설치했으며,

순장으로 한 고분안에 무려 36명의 순장자가 있다는데 그들은 어떻게 선별되어 함께 묻혔을까,

1500여년 전에 인간이란 무슨 의미였을까.

왕이 죽으면 같이 죽어야 하는 사회에서 한 개인으로 산다는 것은 가능했을까.

1500여년 동안 무엇이 인간답게 만들었을까.

 

 

 

 

한 쪽에서는 해가 지고 있고 반대편에는 달이 벌써 떠올랐다.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에 뭉기적거리며 집에 박혀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러다 결국 해넘이를 산 위에서 보았다. 바람이 없어 춥지는 않았다. 고요하게 지는 1월의 해.

이 시간에 책본다며 폰보고 있거나, 일한다며 랩탑 너머로 찔금거리며 훔쳐보지 않고 미리 나와서 걷고 있었던 나를 칭찬한다.

 

이 시간에 노을을 보려면 보일만한 장소까지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라는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 달랑 현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집중하고 싶은 바로 그 타이밍을 위해 들여야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 그 시간동안은 미래의 목표만 있고 현재는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사실은 하기 싫은 일이 될 수도 있고 지루한 반복일 수도 있으며 어쩔 수 없는 견딤이 될지도 모르는 과정의 시간을 좋아하는 걷기로 채워봄으로써 힘을 기르는 중이다. 악에 바쳐 혹은 용을 쓰며 혹은 진을 빼는 것이 아니다. 그 시간조차도 현재임을 깨닫고 지금-여기에 머무르고 싶기 때문이다. 양팔다리가 움직이면서 몸과 마음의 균형이 맞춰진다. 숨소리와 심장박동에서 나의 얘기를 듣는다. 쓸데없는 공상과 떠올려봤자 지나가버린 일들은 노을을 향해 씩씩거리며 걷는 동안 사라져버리고 만다.

 

저 해가 내려오는 극히 짧은 순간에는 결국 나를 사로잡고 있던 것에서 완전 해방이 되고야 만다. 오로지 기쁨만 존재한다. 이 현재를 맞이하기 위해 산 위에 서 있는 내가 뿌듯하다. 노을을 기다리는 순간을 의미있게 채웠다.

 

 

Beyond the Fence

Maria Gulemetova

 

몇 년전에 읽을 때는 내가 토마스인지 피기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어김없이 피기에만 마음이 가서 꽁꽁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펜스를 넘었는지 아닌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어제 You are the Wild Pig for me.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읽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살면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나보고 멧돼지라고 부르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일이야? 이런 것을 Metaphor, 은유라고 하지. 그 잡아없앨 멧돼지라 함은 속박의 굴레에 묶인 피기에게 자유의 상징이다. 숨구멍이고 탈출이며 진정한 관계로의 열망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할까? 피기가 와일드 피그의 존재를 알고 따뜻하고 안전한 집 안에서 기다리는 동안 와일드 피그는 야생에서 목숨걸고 도망쳐야 했다. 한참만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타난 와일드 피그는 이렇게 말한다. 덫에 걸려 빠져 나오느라 힘들었어. 죽을 수도 있었다. 몸부림치다가 온 몸은 상처투성이었을 것이다. 매순간 경계를 늦출 수 없다. 무조건 달려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때가 오기도 한 와일드 피그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피기는 이것을

견디는 법을 배우게 될까? 아니면 다시 토마스에게 돌아갈까?

 

푸른 하늘을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날 수 밖에 없다. 자기로의 혁명은 피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앞으로 Beyond the Fence에서는 진한 피냄새가 날 것이다.